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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과 우리들의 아버지

작성자 허브누리(ip:)

작성일 2008-12-17

조회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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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오랜 지병으로 누워 있는 남편 대신 생활전선에서
세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던,

한 40대 여성이 자신이 일하는 식당에서 음식재료를
주인 몰래 빼돌려 오다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고 하는데...

그녀는 주인의 눈을 피해 감자탕에 들어갈 돼지고기 뼈와
낙지 등을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가방에 넣어 퇴근해,

그렇게 훔친 음식재료는 아이들을 위해 먹일 수 있었고...

자신이 해준 음식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그 순간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죄책감에서도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가난이 문틈으로 들어오면, 양심은 대문 열고 나간다고 나 할까...

프랑스 대혁명 직전 누이동생과 조카를 일곱이나 부양하던
날품팔이 장발장이 문득 떠오릅니다.

장발장은 배고픔 끝에 겨우 빵 한 조각을 훔쳐, 절도죄로
무려 19년형을 선고 받았던 전과자인 그가,

먹을 것이 없어 빵을 훔치는 생계형 범죄로,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자전거 도둑은 가난과 절망의 극단을 보여주는 사례로 곧잘
영화에 그려지고 있는데...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1948년)은 2차 대전 후
이탈리아의 궁핍한 모습을 잘 보여준 영화랍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로마에는 수많은 실업자가 넘쳐 나고 있었는데..

안토니오, 그는 어렵사리 전단 붙이는 일을 얻게 되었는데
이 일에는 자전거가 꼭 필요했답니다.

아내가 혼수인 침대 보를 전당포에 맡기고 찾아온 자전거로 일을
나간 첫날 그 자전거를 도둑맞는답니다.

아들과 함께 로마 거리를 헤매다 겨우 도둑은 찾아내지만,
자전거는 없었답니다. 돌아선 안토니오,

눈물을 머금고 다른 이의 자전거를 훔치다가 금방 잡혀 아들
앞에서 온갖 멸시와 모욕을 당한답니다.

60년 전 전후 이탈리아의 뒷모습이 21세기 한국의 슬픈
자화상처럼 다가옵니다.

요절한 소설가 김소진(1963∼1997)도 동명의 단편소설을
남겼는데, 이 소설에 자전거가 직접 등장하진 않는답니다.

다만 가난한 아버지의 어쩔 수 없는 굴욕과 아픔의 모티프를
영화 ‘자전거 도둑’에서 빌려왔을 따름인데...

산동네에서 구멍가게를 꾸려가는 가난한 아버지, 아들과 함께
물건을 떼러 가서 소주 두 병을 도매상 주인 몰래 슬쩍 했다가
나중에 들켰답니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 짓으로 둘러댔는데, 주인은 자신이 지켜
보는 앞에서 아들 버릇을 고치라고 요구한답니다.

속 울음을 삼키며 아들 뺨을 때려야 했던 그 아버지...

경기침체의 풍랑을 헤쳐가고 있는 현대를 살고 있는 아버지들도
‘자전거 도둑’의 아버지처럼 초라하고 안쓰럽기 그지 없답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세상을 나누며/ 명쾌하게 달리던 시절을
원망만 해서 쓰겠느냐/ 왼쪽과 오른쪽 균형을 잘 잡았기에/
우리는 오늘, 여기까지, 이만큼이라도, 왔다”
(안도현, ‘낡은 자전거’에서)

허브누리(www.herbnuri.co.kr) &(주)지식을 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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